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집합과 나열 그리고 스토리

Nov 21, 14

특정 개념과 관련된 지식을 모두 늘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다. 가령 시각화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면한 과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시각화 기법으로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혹은 어떤 기계학습 문제를 풀 때, 어떤 기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각각 기법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비교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암묵적으로 해당 문맥에 맞는 모든 도구를 나열하고 이를 비교하는 방법을 요구한다.

사람은 집합을 다루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좀 더 부연하자면 집합을 통째로 기억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한 번에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개념의 개수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작은 개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묶어서 점진적으로 더 큰 덩어리를 만들 수 있어서이다.1

집합 자체는 아예 순서가 없기에 모든 경우를 나열하고자 할 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빼먹는 경우가 없음을 보장하려면 늘 같은 방식으로 원소를 나열할 수 있도록 임의의 순서를 부여하여야 한다.2 이 또한 작은 개념들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과거 수학 공부를 처음 할 때 개별적인 요소를 외우지 말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음미하라는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개념은 필요한 때에 한꺼번에 불러올 수 없고, 쉽게 변색된다. 반면 개념 사이의 관계가 중첩되며 계속해서 추상화된 개념과 그 관계가 얽히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세한 내용을 나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1. Learning how to learn에서 chunk에 대해 논하는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2. 20 rules of formulating knowledge in learning에서는 집합은 무조건적으로 피하고 부득이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열거enumeration로 변환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