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망월
Dec 05, 14
현실을 온전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으므로 우리는 추상화와 간접화의 도움을 받는다.1 현실이 너무 복잡하기에 특정 요소들만 포함한 개념을 만들어낸다. 개념 그 자체를 우리가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여서 개념을 지칭하는 단어를 만들어내어 이름이라 한다. 개념은 층위를 이루고 이와 함께 이름도 층위를 이룬다.
우리가 주로 다루는 것은 이름이다. 특히 남들과 의사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이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름과 개념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름이 가리키는 개념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이름은 그저 허공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
일상에서는 알게 모르게 달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손가락만 다루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름을 아는 것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 상황에서 이름을 제시해서 문제의 엔트로피가 낮아져야 비로소 이름을 제시한 것이 의미가 있다.
You can know the name of that bird in all the languages of the world, but when you're finished, you'll know absolutely nothing whatever about the bird. You'll only know about humans in different places, and what they call the bird. … I learned very early the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name of something and knowing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