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진화, 공학
Dec 02, 14
자연에 있는 요소로부터 영감을 얻어서 공학적 구조의 모델을 만드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항상 주의를 해야 하는데, 자연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점진적이고 풀고자 하는 문제도 우리가 관심 있는 문제와 다를 수 있다. 진화의 과정 자체는 강력한 최적화 기법이지만 점진적인 특성 때문에 구조가 크게 변하는 진화는 일어나기 매우 힘들다. 이런 예는 자연에서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기린의 반회신경이 대표적인 예이다. 반회신경은 뇌에서 가슴 부분까지 돌아서 다시 후두를 향하게 되는데, 기린은 목이 어처구니없이 길어지는 바람에 반회신경도 거의 15m에 달하도록 길어졌다. 한 번에 전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공학자들은 이런 식의 디자인은 하지 않을 것이다.1 자연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공학적인 해답이 아니다.
비행기가 나는 이유는 우리가 새를 그대로 따라 했기 때문이 아니다. 기술이 한참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새의 비행 방법은 따라 하기 어렵다. 비선형 시스템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학자들은 이를 여러 개의 단순한 시스템으로 나눴고, 덕분에 우리는 철 덩어리가 하늘을 고속으로 날게 할 수 있었다. 새의 정교한 비행을 따라 하기 위해 새의 움직임을 연구하면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기반이 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 하기만 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2
흔히 있는 그릇된 생각이 뇌를 그대로 따라 해서 일반적인 AI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틀렸다. 공학은 이해를 바탕으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특히나 복잡한 시스템을 다룰 때 이를 그대로 모방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인공신경망이 뇌를 최대한 모방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공신경망은 뇌의 동작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이고 그 이후의 발전은 뇌의 동작 방식을 온전히 모방하려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관심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공학적인 접근을 취해왔을 뿐이다. 현대의 뉴럴넷은 잘 쳐줘 봤자 실제 뇌의 만화적 표현에 불과하다. 역전파 방법이 80년대에 재발명 되기 전에 훨씬 현실의 뇌의 동작과 비슷한 방식의 학습 알고리즘들이 시도되었지만 결국 선택된 것은 훨씬 덜 그럴싸한 역전파 방법이고 현대의 딥 네트워크에서도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3
우리가 보게 되는 자연은 생화학적, 점진적 진화 과정에 의해 제약이 걸린 결과물이다. 기반이 되는 법칙과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자연보다 더 나은 공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박쥐를 거의 그대로 따라 하는 비행기를 만든 예가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Ader Avion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