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독후감

Dec 19, 14

무언가 진중하게 읽으면 이를 정리하는 글을 함께 쓴다. 때로는 책을 읽고 작성하는 감상문일 수도 있고, 논문을 읽고 이를 요약하는 때도 있다. 이렇게 작성되는 글은 어떤 때에는 무척 가벼운 글이 되고 다른 때에는 매우 무거운 글이 된다. 대부분 내용의 요약을 포함하는 글이니 나중에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을 때 찾아볼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이를 작성하는 행위가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흔히 수식의 이해를 어려워하는 것을 본다. 수식을 다루는 행위가 생소해서 수식이 많은 논문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하지만 수식의 전개는 매우 논리적인 과정을 거친다. 등호와 등호 사이의 단계는 대부분 한 단계의 논리적 도약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면 이를 따라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 된다. 하지만 논문 자체는 여러 모듈의 합이다. 논문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있고, 이는 여러 모듈의 호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실상 중요한 것은 논문에서 보여주고 싶은 큰 그림이다. 그렇기에 논문을 이해하는 것은 수식을 이해할 때 직선적인 흐름을 따라가며 한 단계씩 뛰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글을 작성하면 여러 모듈을 내 마음대로 조작하며 순서를 변경하고 서로의 관계를 엮는 연습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개념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글 자체는 최종적으로 직선적인 구조를 지니게 되지만 이를 만드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