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스터디

Feb 17, 15

기계 학습 공부를 하면서, 혼자 삼키기 어려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도망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여럿이 모여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계 학습 스터디를 시작한 지 1년 반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목표는 정해진 내용을 다 읽는 것 정도였다. 혼자 공부하면 지쳐서 진도가 더 나아가지 않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보였다.1 막상 스터디를 해보니 내가 기대하지 않은 수확도 꽤 있었다.

스터디를 진행하는 동안 교재도 여러 차례 바뀌고 함께 하는 사람도 달라지면서 다양한 진행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각자 개별적으로 내용을 읽어오고 서로 설명과 궁금증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소수 인원이 토론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일상에 쫓겨 준비를 해오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서로 설명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궁금증을 던지지조차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한 술 더 떠서 교재의 난이도가 대폭 올라간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사실상 준비를 열심히 해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준 강의를 했었다.

강의 비슷한 것을 해보니 이는 정보 전달을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듣는 형태가 되면 제대로 된 공부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강의 준비를 하면 강연자는 얻는 것이 많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관련 지식을 찾아보거나 공부하는 것이 달라진 점은 없었기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서로 개념을 주고받지 못하니 얻는 것이 적어진 것 같았다.

Lecturing is a lot less work for everyone. We still have lectures for one main reason. They are the lazy person’s approach to education. Both lectures and listeners agree that neither of them wants to do much work. Real work, and real doing, and real conversation, is all that matters for learning, but education is really not about learning.2

지금은 다시 처음의 방법과 비슷하게 진행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주도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이 답변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있다. 일종의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답변해야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언어로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답변하는 개인이 이해하고 있는 개념에 구멍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질문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되면서 다들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은 지금의 진행 형태에 만족하고 있다. 내가 던질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고, 내가 바라본 적 없는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관점과 층위에서 같은 개념을 바라보면서3 내가 얻게 되는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