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언어와 생각

Feb 04, 15

최근 논문을 작성하며 영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연유로 주변의 친구들에 비해 영어를 편하게 느끼는 편이다. 편하다는 것은 명시적인 번역 과정 없이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뜻한다. 가령 고등학교 때 잠시 배운 일본어는 당시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기에 여전히 번역 과정을 거쳐야 한다.1 반면 영어는 그런 의식적인 번역 과정이 없이 바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된 문서나 영상을 많이 접하는 편이다.

논문을 작성할 때 아무래도 최종 표현식이 영어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생각하기보다는 영어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고의 흐름이 우리말로 된 결과물을 생각할 때와 다르게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영어로 쓰인 글을 읽거나 남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나 스스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일은 잘 없기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생각을 진행하면 스스로 사용하는 단어의 질이 낮고 표현이 너무 격식 없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문제들이 내 생각의 진행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언어의 선택에 의해 사고 과정이 변한다는 연구는 종종 있다. 예를 들어서 외국어로 질문을 던지면 사람이 더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가 있었다.2 그런 맥락에서 요즘에는 영어로 사색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조금씩 갖고 있다. 짧게 보면 논문 작성을 위한 기본적인 능력을 배양하기 위함이다. 길게 보아서는 이를 통해 같은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다른 방법을 양육하고 싶다.


  1. 그나마도 거의 할 줄 모른다.

  2. The Foreign-Language Eff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