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글쓰기 관찰

Feb 03, 15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물리적으로 글을 쓰는 것과 컴퓨터를 활용하여 타자를 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종이에 글을 쓰면 아무래도 타자를 치는 것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생각의 속도가 이를 글로 옮기는 속도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더 좋다. 또 다른 차이로 수정의 용이성을 들 수 있다. 종이에 글을 쓰면 이를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지우고 추가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편집기를 활용하면 문장을, 문단을 통째로 옮기고 수정하기가 매우 쉬운데 이는 물리적으로 글을 쓸 때는 누릴 수 없는 기능이다. 반면 종이가 갖는 장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의 자유로운 매체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생각의 전진 및 확장을 위한 도구로서 글쓰기를 생각한다면 이를 쉽게 확장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직선적이지 않은 표현 방식을 택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록 기법이 더 우월하다.1 하지만 글 자체의 조작이라는 측면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된 나의 생각의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면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생각을 도와준다.

스스로 작업 하는 모습을 관찰하기에서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기타 작업을 할 때 이를 영상으로 남기고 퇴고하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프로그래밍의 맥락에서는 작업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나의 비효율을 확인하고 나쁜 버릇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면 글쓰기의 맥락에서는 간접적으로 나의 생각의 흐름을 살펴볼 기회가 된다. 글 쓰는 것의 영상을 찍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최소한의 기법으로는 VIM에서는 Gundo plugin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한동안 나 스스로의 생각의 흐름을 살펴볼 예정이다.


  1. 그밖에 물리적인 느낌이 가져다주는 색다른 맛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