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ain

Harmless stuff is for the weak.

모델과 놀라움

Jan 16, 15

현상에 대한 뇌내 모델이 있다면, 새로운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이를 모델에 비춰볼 수 있다. 만약 내가 일어날 확률이 무척 낮다고 생각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 나는 크게 놀랄 것이다.1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내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결국 모델을 수정하는 것이 맞다.

논지를 약간 비틀어보자. 만약 내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모두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나의 모델은 아무 쓸모가 없다.

아라짓과 지도그라쥬, 두 세력이 전쟁을 하고 있다. 지도그라쥬의 수뇌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지도그라쥬에서 선동이 일어난다면 역시 지도그라쥬 내부에 아라짓 스파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지도그라쥬에서 선동이 일어나지 않고 잠잠하다면 이 또한 수상하다. 역시 지도그라쥬 내부에 아라짓 스파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위 논지에서의 모델은 그 어떤 사건에도 놀라지 않는다. 어떤 증거도 이 모델이 변하도록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증거를 모을 필요도 없다. 이 모델은 진리 일터이니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모델이 그리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읊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이런 모델의 존재는 불가능하다.2

모든 사건을 다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아무 사건도 설명하지 못한다. 나의 현실에 대한 모델이 그러하지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1. 이는 정보이론의 엔트로피와 관련이 있다.

  2. 베이지안의 관점에서 posterior와 prior의 확률이 모든 사건에 대해 같은 경우가 존재할 수 없다는 논지 전개도 가능하다.